저차원 채널을 활용한 차세대 막 물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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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상의 크기 차원 중 어느 하나가 분자 크기 수준으로 매우 작을 때, 그 대상을 저차원 물질이라 함. 예를 들어, 탄소나노튜브는 그 지름이 수-수십 나노미터이면서 길이는 수십 마이크로미터에도 이르고, 그래핀은 옹스트롬 수준의 두께를 가지지만 그 폭은 수십 센티미터까지 가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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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차원 물질이 다른 물질과 이루는 계면에서 벌크 스케일에서 나타나지 않는 독특한 물질 전달 현상이 보고되고 있음. 이에 우리 연구실은 1차원 나노튜브와 2차원 나노플레이트를 이용한 합리적 디자인에 기반하여 복합체막(composite membrane)을 설계하고 그 합성 방법을 탐색함.
2차원 나노플레이트 적층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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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원 물질 기반 적층막은 다공성 그래핀과 달리, 막 내부에 극히 얇은 2차원의 공극을 형성함. 적층막은 2차원 물질의 적층 과정을 통해 쉽게 제작할 수 있으며, 대면적화도 가능하여 실용화에 근접한 막 시스템으로 알려져 있음. 또한, 상대적으로 강한 기계적·화학적 안정도와 기공이 잘 막히지 않는 성질(anti-fouling)이 있어 차세대 분리막으로서 활용가능성이 높음. 이와 더불어, 2차원 물질 기반 적층막은 내부 2차원 공극의 기하학적·화학적 구조의 제어가 비교적 자유로운 특징이 있어 거의 알려지지 않은 2차원 공간 내의 물질 전달 기작을 연구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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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원 물질을 차곡차곡 무작위적으로 쌓을 때 겹쳐진 중첩 공간을 제어하여 분자 수준의 초미세 공간을 통과하는 물질의 전달 특성을 관찰함. 대표적 2차원 물질 중 하나인 이황화몰리브덴 (MoS2) 조각들을 나란히 쌓아 만든 적층막의 물질 투과도와 선택도를 연구 중임. 예를 들어, 2차원 공간 내에 분포하는 물 분자들의 수소결합과 불연속체 유동, 그리고 이온 투과 경향을 탐구함.
고분자 복합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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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을 입자의 크기나 화학적 성질에 따라 분리하여 정제하는 분리 공정은 제약, 석유화학, 수소연료생산 및 저장, 해수담수화와 수처리, 반도체 산업과 환경 청정산업 등 현대 산업의 넓은 범위에 걸쳐 필수적인 대표적 공정 중 하나임. 공정 결과물의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분리 공정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함. 그런데, 문제는 오늘날 작동 중인 분리 공정 대부분이 (끓는점 차이 등의 원리를 이용하는 소위 ‘열분리(thermal separation)’ 방식이어서) 상당히 에너지 집약적이라는 점. 따라서, 탄소중립 실현과 기후변화저지기술로서 분리 공정의 에너지적 고효율화를 그 공정 완성도에 포함시켜 추구해 나가야 할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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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공정의 효과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제고하기 위한 방안으로 ‘냉분리(cold separation)’ 방식인 멤브레인 분리(또는 막분리)가 제안되어 최근 그 응용 분야의 범위를 활발히 넓혀가고 있음. 멤브레인 분리의 기본적 원리는 혼합물을 구성하는 성분 사이의 물리적 성질(예: 입자의 크기나 모양)의 차이나 멤브레인과의 화학적 상호작용(예: 막표면에의 흡착)의 차이를 이용하여 구성물질을 분리하는 것으로서, 결과적으로 멤브레인을 잘 통과(투과)하는 물질과 그렇지 않은 물질로 나누는 것임. 오늘날 제조업이 발달한 국가들의 산업에너지 공급량의 반 정도가 분리 공정에 쓰이는데, 열분리를 멤브레인에 의한 냉분리로 전환할 수 있다면 최대 90% 이상의 에너지를 절약함으로써 산업계의 연간 탄소배출량을 완화시켜 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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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분리의 핵심요소인 물질선택적 투과막으로서의 합성 멤브레인을 ‘분리막’이라고 부르는데, 분리막은 기본적으로 혼합물을 잘 분리시키면서 기왕 투과하는 물질은 잘 통과시킬수록 그 성능이 좋다고 할 수 있음. 그러나, 대부분의 막물질이 그 분리도와 투과도 사이에서 성능의 균형을 이루므로, 보통 물질을 잘 분리시키는 막은 투과도가 낮고, 반대로 물질 투과도가 우수한 막은 최고의 분리도 성능을 갖기 어려운 특징이 관찰됨. 이러한 이유로 오늘날 산업계에서 많이 쓰는 고분자 분리막의 성능을 분리도-투과도 다이어그램에 나타내 보면 모든 데이터가 기술적 한계선(upper bound) 아래에 위치함. 분리도와 투과도 사이의 균형을 현재의 기술적 한계를 넘어 미지의 성능 영역으로 밀어올리는 일은 기술적으로 중요한 도전이며, 실용적으로는 막물질 개발과 공정 기술이 함께 발전함으로써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질 것임. 특히, 이 도전은 새로운 막물질 개발에 있어서 그 궁극적 한계를 가늠해보는 흥미로운 열역학적 질문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기존의 고분자 막물질의 혁신을 통하여 현대 사회가 추구하는 지속가능한 산업화의 방향으로 엔지니어링하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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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고 우수한 막물질을 엔지니어링하는 과제에 우리 연구실에서는 두 가지 전략으로 도전하고 있음. 첫번째 전략은 분리막을 선택적으로 투과할 수 있는 분자 크기와 비슷한 수준의 소차원 나노물질을 합성·조립하여 물질전달에 관련된 막물성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이고, 두번째는 선택도는 양호하나 기계적으로 취약한 고분자 중합체를 견고한 다공성 나노구조체 내부로 포함시켜 강건하게 지지함으로써 선택도를 유지한 채 투과도와 공정안정성을 동시에 높인 초박막 복합체 막물질을 설계하는 전략임.